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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미래

농업과 재생에너지의 만남: 기후 대응형 에너지팜의 등장

by dawoom-8801-blog 2025. 4. 13.

1. 에너지팜의 개념과 등장 배경: 농업과 재생에너지의 융합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농업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농업과 재생에너지의 융합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팜(Energy Farm)’ 또는 ‘에너지 자립형 농장’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농업 현장에 접목한 형태로, 농산물 생산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중의 기능을 지닌다. 특히 농촌 지역은 넓은 부지와 풍부한 일사량, 바람 자원 등 재생에너지 활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에 최적화되어 있다. 에너지팜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농촌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탄소중립 기여는 물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팜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스마트팜과 연계한 태양광 발전 농장의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자,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미래 농업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2. 태양광과 농업의 공존: 아그리볼타익스(agrivoltaics) 기술

에너지팜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아그리볼타익스(agrivoltaics)’이다. 이는 농업(agriculture)과 태양광 발전(voltaics)의 합성어로, 경작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동시에 농작물 재배를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은 농지 사용을 제한하거나 경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그리볼타익스는 패널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설치해 농작물의 광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필요 시는 그늘을 제공해 작물 생장을 돕는다. 이중의 이익 구조는 농가의 수익성을 높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정성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고온 스트레스에 약한 작물의 경우, 태양광 패널로 인해 일정 부분 직사광을 차단함으로써 생육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받는다. 또한 생산된 전기는 농장 자체에 사용되거나 외부로 판매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남은 에너지를 저장해 야간 농업 자동화 장비 운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아그리볼타익스 기술은 점차 소형화, 모듈화되어 소규모 농가에서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3. 에너지 자립 농장의 실제 사례와 확산 가능성

에너지팜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닌 실현 가능한 농업 모델로 입증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자립 마을(Freiamt)’은 농가 전체가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를 통해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남는 전기를 지역 전력망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성공 사례다. 일본에서는 ‘태양광+벼농사’ 모델이 확산 중이며, 국내에서도 전북 완주와 경북 의성 등지에서 에너지팜 실증 단지가 운영 중이다. 특히 스마트팜 기술과의 결합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로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구동하거나, 온도·습도 조절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향후에는 농장 단위의 에너지 생산을 넘어, 지역 단위의 에너지 커뮤니티 형성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농촌 전체가 에너지 소비자가 아닌 ‘에너지 생산자’로 전환될 수 있으며, 지역 경제의 활력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에너지팜의 확산은 단지 기술적 진보를 넘어, 농촌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농업과 재생에너지의 만남: 기후 대응형 에너지팜의 등장

4. 정책적 지원과 농가 인식 개선의 과제

에너지팜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정책적 지원과 농가의 인식 개선이다. 태양광 설치에 따른 규제 완화,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재생에너지와 농업 융합 모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는 태양광 설치가 토지 형질 변경 문제와 얽혀 규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농업+에너지’ 모델을 확산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지 활용을 보장하면서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며, 관련 법령 정비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농민들이 에너지팜에 대해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딘 인식 변화는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 농가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듈형 소형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형 에너지팜 등 다양한 기술 패키지의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에너지팜은 단순한 농업 기술을 넘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 속에서 농업이 주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